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와 알마게스트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단순한 천문학 책이 아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상들이 등장하고, 여러 가정들이 제안되며, 복잡하면서도 세분화된 수학적 논증들이 항목별로 잘 기술되어 있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모두 6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권은 선대 학자들의 우주론을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가설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제2권부터 제6권까지는 사실상 관측값의 수리적 논증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알마게스트』와 함께 분석해 보자. 제1권은 모두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우주론의 소개와 평면 삼각형 및 구면 삼각형에 대한 속성을 설명하고 있다. 제2권 역시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황도, 적도, 위도, 경도의 속성을 중심으로 별의 출몰에 대한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 제3권은 모두 2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분점(分)과 세차 운동 및 태양의 운동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4권은 3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달과 태양의 운동, 시차 및 식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5권은 모두 3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행성 운동에 대한 고대(古代)의 이론을 소개하고 토성, 목성, 화성, 금성, 수성의 운동과 위치에 관한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다. 제6권은 다소 분량이 적은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섯 개 행성들의 공전 궤도 기울기와 그들의 위도를 기준으로 한 여러 문제들을 설명하고 있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총 13권으로 이루어진 알마게스트와 비교하면, 양적인 측면에서 분량은 다소 적지만 다루는 영역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나질 않는다.
이제 코페르니쿠스가 '천문학'이라는 학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한번살펴보자. 이런 검토는 코페르니쿠스가 선행(行) 천문학자들의 연구활동과 그 결과를 어떤 가치관으로 바라보며 평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J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이라는 학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학술적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사실 천문학의 가치는 모든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학설에 등장하고 있는데, 코페르니쿠스는 천문학의 학술적 가치를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제1권 서두에서 피력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세상의 모든 훌륭한 것들을 다 포함하고 있는 하늘(또는 우주)을 두고 예로부터 수많은 학자들이 '보이는 신(神)'이라고 지칭했음을 소개하며, 학문의 가치를 논함에 있어서도 이런 천상의 세계를 다루는 천문학이 여러 학문들 중에서도 가장 으뜸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성적인 학문 연구 수단인 산술학, 기하학, 광학, 측지학, 역학 등이 천문학에 활용되고 있으며, 과거 다윗 왕이 신(神)의 업적을 기릴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천문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천문학의 효용성에 대해 강하게 역설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자신의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로 플라톤의 『법률(Nomoi)』 제7권의 내용을 인용했다. 플라톤의 『법률』제7권에는 천문학에 대한 인식, 배움에 대한 필요성, 그 효용성에 대한 내용 등을 뚜렷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와 천체의 운동에 관한 내용들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그러면 코페르니쿠스가 플라톤의 법률」 제7권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자. 플라톤은 법률」 제7권에서 아테네인과 클레이니아스인의 대화를 통해 예로부터 신과 우주를 탐구하는 것은 경건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탐구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행위임을 주장하면서, 더 나아가 천문학은 젊은이들이 꼭 배워야만 하는 학문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천체와 관련된 연구는 결코 불경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스러운 행위일뿐더러, 학자라면 반드시 익혀야만 될 중요한 학문임을 강조했다. 한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은 1959년에 집필한 『서양의 지혜(wisdom of the West)』에서 “태양 중심의 가설은 아카데미아(플라톤학파의 한 발견이었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그리고 고대 플루타르크의 저서 『플라톤적인 물음들(Platonika Zétémata: Quaestiones Platonicae)」의 여덟째 물음에서도 “더 나이를 먹게 된 플라톤은 지구에게 적절하지 않은 우주의 중심 자리를 배정한 것을 후회했다"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예의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 근거는 아직 충분치가 않다. 플라톤은 법률」에서 "모든 것은 인간이 지닌 이성의 한계 내에서만 고찰되어야 하고, 그로 인한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질타를 받아서도 안된다"라고 주장하면서 '천체의 현상들에 관해 우리가 배우고 증명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이성적 한계 내에서 인식되는 것들로만 한정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비판해서는 안 되며,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이성적 연구 범위의 한계를 제시했다. 플라톤의 이런 연구 성향과 범위 한정은 코페르니쿠스가 교황에게 바치는 헌정서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는데, 그는 “철학자들의 의무라는 것은 신이 인간 이성에게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진실을 찾는 것이기에, 그와 관련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일반인들이 철학자들의 연구를 비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라고 진술하며 플라톤의 태도를 좇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플라톤이 『법률』을 저술할 때는 수리천문학(數理天文學)이 등장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많은 형이상학적 요소들이 천문학의 기초가 되었고, 자연 현상에 관한 대다수 논증들 역시 수리적(數理的)으로 표현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플라톤은 천문학을 그리 어려운 학문이라고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코페르니쿠스가 공부할 당시에는 천문학이 결코 만만한 수준의 학문이 아니었다.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를 예로 들며 '그는 40년 이상 관측한 결과를 정리해서 자신의 가설을 수립했지만, 여전히 많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가 없을뿐더러, 그의 사후에 발견된 사실들을 이용해야만 그의 가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천문학은 상당히 난해한 학문임을 강조했는데, 이러한 견해가 나오게 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가 고대와는 달리 엄연한 수리 천문학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코페르니쿠스가 다루었던 논증 도구들과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내용 구성을 한번 살펴보자. 케플러의 행성 운동 1, 2, 3 법칙(타원궤도의 법칙,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 조화의 법칙)의 경우는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에다 티코의 정확한 관측자료(8 오차까지도 구별할 수 있을 만큼의 정밀도가 융합된 합작품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에 관해서는 티코에 의한 '좀 더 정밀한 관측 도구의 발명과 그 결과물'이라는 요소들이 나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경우는 높은 정밀도를 갖춘 관측 도구의 발명이나 일찍이 없었던 개량된 수학적 도구 등이 동원되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가 자신의 이론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도구는 선대의 관측 자료와 자신의 관측 자료, 그리고 오래 전부터 소개되었던 유클리드 기하학 정도에 불과했다. 단지 그런 도구들이 코페르니쿠스의 머리와 손을 거치게 되면서 독창적 이론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 코페르니쿠스가 사용했던 수학은 어떤 것이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작업에 대한 해답은 코페르니쿠스가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 프톨레마이오스 수학을 그대로 응용했다는 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제1권 제1장에서 제10장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의 내부적 모순을 아리스토텔레스적 논법으로 차근차근 반박함으로써 코페르니쿠스 자신의 논리적 정합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짜여 있으며, 제1권 제11장 지구의 3가지 운동에 대한 증명」에서부터는 코페르니쿠스 자신의 기하학적 논리를 조금씩 소개한다. 그리고 제12장 서두에서는 자신이 유클리드 기하학과 프톨레마이오스 천문학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명확하게 밝힌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제13장, 14장 그리고 제2권 3권, 4권 5권, 6권의 내용들 역시 유클리드, 프톨레마이오스 한계를 넘어서지 않았음을 밝혔는데, 이런 진술은 수학적 응용이 기본 원칙을 달리하게 되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직접 보여 주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알마게스트』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구성 방식과 논증 내용을 비교해 볼 때, 코페르니쿠스의 이런 의도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러면 이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구성 방식과 논증 내용의 확인을 통해 코페르니쿠스의 연구 의도가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자. 이런 작업은 총 13권으로 이루어진 알마게스트』와 총 6권으로 이루어진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목차와 논증 내용을 서로 비교해 봄으로써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알마게스트』 제1권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1권 천상계의 형태, 천상계의 운동, 지구의 형태, 지구의 위치, 지구의 운동 여부, 천상계의 기본적인 운동, 화음의 형태와 표현, 호(弧)에 관한 논증, 적도와 황도에 관한 논증천상계의 형태, 지구의 형태, 대륙과 해양의 구성 방법, 천상계의 운동 방식, 지구의 운동, 지구의 위치, 천상계의 크기, 선조들이 가졌던 지구 중심 사고의 원인 분석, 선조들의 오류에 대한 반박, 천체 궤도를 의 질서, 지구의 3가지 운동에 관한 논증, 원호(圓弧)의 길이에 관한 논증, 평면 삼각형의 변과 각에 관한 논증, 구면 삼각형에 관한 논증의 내용 비교에서 볼 수 있듯, 『알마게스트』 제1권과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1권의 내용은 천상계의 형태와 운동 방식에 관한 논증으로 시작해 지구의 위치와 운동 및 기하학적 논증 방식과 관련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코페르니쿠스가 프톨레마이오스의 기술방식을 따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제1권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둘 다 천문학의 가장 기초적인 원리들을 다룬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확인한 바가 있듯 코페르니쿠스는 제1권에서부터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이 지닌 모순들을 반박하며 자신의 논증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프톨레마이오스와 정반대임을 확실히 밝혔다. 『알마게스트』 제2권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2권 인간이 거주하는 영역의 일반적인 위치, 적도 및 황도와 관련된 낮의 길이, 천체 운동의 영역과 운동 시간, 태양의 천정 도달시간과 그 계산법, 춘분-추분 하지-동지에서 정오의 그림자와 해시계에 대한 비율상의 문제와 관련된 유도 공식, 황도 및 적도와 관련된 호弧)에 관한 논증, 천체 운동 해석법에서 평행선의 속성, 황도와 자오선 사이의 각(角), 황도와 지평선 사이의 각, 평행선의 응용과 관련된 각 호의 배치원과 그 명칭에 관한 것, 황도와 그 경사각 그리고 회귀선의 거리 계산법, 적위와 적경으로 표현되는 적도-황도-자오선의 교차점들과 관련된 호 그리고 각과 관련된 계산법, 별의 적경과 적위의 계산법, 천상계를 둘로 나누는 황경의 계산법, 지평선의 구역, 정오(남중) 때의 그림자, 천구의 기울기, 낮과 밤의 시간과 분할, 황경 계산법, 지평선과 황도가 이루는 각, 황도에서 교차하는 원들에 관한 논증, 별들의 출몰과 위치에 관한 논증의 내용 비교에서 볼 수 있듯, 제2권에서는 둘 다 태양과 관련된 관측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기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간 및 그림자와 관련된 사항들 역시 함께 논증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알마게스트』 제7권, 제8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항성(별)과 관련된 사항들이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에서는 제2권에서 다루고 있다는 차이점이 눈에 띈다. 이것은 코페르니쿠스가 자신의 책 제3권에서 기술할 내용들에 대한 사전() 작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프톨레마이오스와 달리 태양중심설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항성별에 관한 기본 원리들을 의도적으로 먼저 소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제3권으로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