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는 지구의 위치를 행성들 간의 상대적인 거리, 즉 천체들의 운동에 따른 겉보기 현상을 통해 논증했는데, 그는 물체의 위치가 변하는 것은 관측자와 물체의 운동이 균등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천체들 간에 서로 상이한 운동이 발생할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지구의 운동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지구에서 천체들의 운동을 보고 있긴 하지만, 만약에 지구가 어떤 운동을 할 경우엔 그 운동은 외부 우주에 재현이 되어 마치 외계의 것이 지구가 운동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예가 바로 항성들의 일주운동이라고 소개하면서 만약 지금까지의 믿음을 뒤집어 하늘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하고 있다는 가정을 세우고 다시 한 번 천상계를 바라본다 할지라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태양, 달, 별들의 출몰 현상들은 예전과 변함없이 똑같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알마게스트』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처럼 행성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회전한다면, 지구와 행성들 사이의 거리는 결코 변하지 않아야 할 뿐더러 겉보기 운동 역시 언제나 규칙성을 보여줘야만 하는데, 실제로 행성들의 겉보기 운동은 불규칙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행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 역시 때때로 변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이에 대해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논리가 모순임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연주운동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는데, 그는 태양을 정지시켜 놓고 대신에 지구가 태양의 운동을 대신하게 되더라도 태양을 운동시킬 때와 똑같은 형태의 황도12궁, 항성들의 출몰, 행성들의 겉보기 운동(순행-유-여행-유순행) 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가설을 일단 부정하고, 세상의 중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이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천구의 크기에 비해서는 매우 작을지라도 태양과 행성들의 궤도 크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크다고 간주하면서 그리고 행성들의 운동이 지구 이외의 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불규칙 형태로 관측된다는 가정을 세운다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행성들의 불규칙한 겉보기 운동과 관련해 조금도 불합리하지 않은 증명들을 충분히 해 보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행성들이 어떨 때는 지구에 가깝게, 또 어떨 때는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로부터 지구의 중심이 행성들 공전 궤도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며, 사실 이러한 불규칙한 겉보기 운동만을 따져 본다면 지구가 행성 가까이 갔다가 멀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행성이 지구 가까이 왔다가 멀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이러한 겉보기 현상은 일주운동 말고도 지구와 관련된 또 다른 운동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방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 문제와 관련해 오래 전에 피타고라스학파의 필로라우스가 제안했던 내용을 소개했는데, 필로라우스는 일찍이 “지구가 원운동을 하지만 다른 운동에 의해 떠도는 단지 하나의 행성일 뿐이다”라고 주장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 제1권 제5장에서 '지구는 확실하게 천상계의 중심이다'라고 확실하게 단정 짓고 논증을 펼친다. 게다가 다음 장인 제6장에서는 항성구들 역시 지구를 중심으로 같은 비율로 같은 거리를 두고 원운동하고 있음을 논증했다. 사실 고전 천문학과 근대 천문학의 괴리는 지구의 위치와 운동에 관련된 문제들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어지는 제7장에서 '지구는 그 어떤 운동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그는 오직 천상계의 공전 현상에 의해서만 모든 천체의 운동들이 해석될 수 있다고 단정했다. 그는 훗날 코페르니쿠스가 언급하게 될 헤라클레이데스(Herakleides)와 같은 학자들을 빗대어 지구가 매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고 주장했던 학자들의 가설들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알마게스트』에서 만약 지구가 자전한다면 지표상의 모든 물체들은 지구의 빠른 자전 속도로 인해 원심력을 받게 되어 하늘저편으로 날아갈 뿐더러, 구름이나 날아다니는 물체들, 그리고 공중으로 던져진 물체들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 서쪽으로 이동한 것처럼 관찰될 것임이 분명한데, 실제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기에 지구는 절대 자전하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지구의 운동이 모순임을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이와 같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실수를 프톨레마이오스가 사용한 것과 똑같은 자연철학적 논리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1권에서 반박했는데, 그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제2부에 수록된 고전천문학의 불길한 조짐」에서 설명되었다.
한편 프톨레마이오스는 만약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다면 현재 밤낮의 길이가 규칙적으로 증가하고 감소하는 현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반해, 코페르니쿠스는 지구의 위치가 반드시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더라도 우주의 중심으로부터 지구까지의 거리가 우주의 중심으로부터 항성구까지의 거리와 비교할 때,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없는 것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별달리 모순될 만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알마게스트』제1권 제8장에서는 천상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 운동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이것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서 언급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한편 프톨레마이오스의 천상계 운동은 플라톤 우주론의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원동자' 개념과도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지구의 위치와 운동에 관련된 논쟁', 이것 하나만으로도 코페르니쿠스가 고전 천문학으로부터 얼마나 많이 이탈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알마게스트』의 기본 원칙인 지구중심설과는 완전히 상치되는 기본 명제들이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서두를 완전히 장식함으로써 코페르니쿠스는 향후 지구중심설을 철저히 거부하고 오직 태양중심설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자신의 논증들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1권 제10장에서 프톨레마이오스는 180'의 최대 이각을 가지는 행성과 그렇지 않은 행성들 사이에 태양이 위치한다고 주장했으나, 달의 최대 이각이 180°가 된다는 사실로부터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본 원칙이 모순되었음을 지적했다. 이것은 곧 『알마게스트』 제9권 제1장의 설명과 제3장에서 고대 천문학자들의 생각과 프톨레마이오스 자신의 관측값을 토대로 '지구-수성-금성-태양'이라는 행성 배열을 고집했던 프톨레마이오스 주장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의 반박이었다.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러한 행성 배열이 잘못된 원칙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논증을 통해 확실히 보여 줬다.
여기에서 화성, 목성, 토성의 순서는 그리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구의 위치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행성과 지구의 위치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관관계가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바 있듯, 고전 천문학에서의 지구중심설은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수리적으로 체계화되기 전까지는 여러 학파들에 의해 다양한 가설들을 통해 제시되었는데, 특히 행성들의 배열 순서와 운동 형태가 형이상학적으로 논증되었기 때문에, 알마게스트』라는 하나의 원칙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격심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진통을 겪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심한 정교화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는 의미인데, 마찬가지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우선 고전(古典) 연구를 통해 자신의 태양중심설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주력했다.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이전의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이 제안한 여러 사상들로부터 태양중심설의 근원을 탐색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선행 연구자들의 사상을 차용했던 것처럼 코페르니쿠스 역시 선행 연구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다.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고전 사상들의 적용에 있어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는 서로 대척점(對)의 위치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이 각자 견지했던 우주의 기본적인 틀은 처음부터 완전히 달랐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제4권 제4장에서 달이 삭망월을 이루면서 불규칙한 회전 운동을 하는 것을 주전원을 도입해 설명하고 있는데, 코페르니쿠스 역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4권 제9장과 제10장에서 같은 내용을 유사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달의 불규칙한 운동에 관한 그 둘의 생각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작도된 그림과 설명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가 있는데, 코페르니쿠스는 '패럴래티콘(parallaticon)'이라는 달의 시차를 측정하는 기구의 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프톨레마이오스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었으며, 그 기구의 조작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코페르니쿠스가 알마게스트』를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측 기법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검증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알마게스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한 텍스트는 아니었다. 16세기에 알마게스트』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천문학자는 얼마 되지가 않았는데, 특히 1543년에서 1600년까지 지구중심설에서 태양중심설로 개종한 천문학자가 극소수였다는 점을 통해 당시 천문학계의 수준을 가늠할 수가 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 제9권에서 수성과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공간에서 공전하고 있으며, 예정된 시간에 수성과 금성에 의한 태양의 식 현상 관찰이 불가능한 이유를 수성과 금성의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관측되는 시간과 시차에 관한 논증을 통해 지구,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 항성의 순서로 배열되었음을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행성 배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히파르쿠스를 비롯한 선대 천문학자들이었음을 알마게스트」 제5권 제1장에서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5권 제1장(알마게스트』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목차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 둘의 제5권 제1장들은 서로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에서 지구가 결코 우주의 중심에 위치할 수가 없는 논거들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특히 그는 수성과 금성의 순행, 유, 역행과 관련된 논증들을 통해 프톨레마이오스가 제시한 지구중심설은 설득력이 부족하며, 오히려 수성과 금성의 겉보기 운동은 지구가 하나의 행성으로 공전함으로써 발생하는 상대적 위치-운동 속도 변화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알마게스트』 제9권 제5장에서는 이심원상에서 행성 공전속도의 불규칙성을 주전원을 통해 보정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공전속도가 빠른곳은 근지점이 아닌 원지점에서 발생한다고 논증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케플러의 제2법칙(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처럼 지구중심설에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처방을 내리면 그 처방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다(물론 이 같은상황을 코페르니쿠스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해 코페르니쿠스는 주전원의차용 여부에 있어서는 프톨레마이오스와 마찬가지였지만, 주전원을 적용시키는 과정에서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라는 전혀 다른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새로운 접근법으로 행성 공전의 불규칙성을제거하려 했다. 이처럼 각 행성들의 겉보기 운동을 분석하는 기준부터그 둘은 완전히 달랐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 제9권 제9장 제6절에서 수성의 이각(離)과 관련된 현상들을 주전원 작도를 통해 논증하면서 끊임없이황도와 연관시켜 논증하고 있다. 그것은 앞서 수성과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위치하면서 하나의 축을 구성하며 공전한다는 것에 대한구체적인 설명인데, 그의 설명은 전적으로 지구중심의 행성계에 입각한 관점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에관하여」 제5권 제25장에서 프톨레마이오스와 마찬가지로 주전원을 도입해서 수성의 운동을 설명하고 있지만, 황도와의 관계가 아닌 태양을중심축으로 해서 수성의 주전원 운동을 논증해 나갔다. 따라서 수성의평균 운동 및 주전원의 회전 중심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게 될 때, 당연히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계산값은 서로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의 주전원 적용 방식이 프톨레마이오스의 것보다 좀 더 그럴듯했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는 금성 또한 그 주전원의 크기가 다르고 그에 따른 이각(離)만 다를 뿐이지, 수성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마게스트』 제10권 제1장에서부터 제5장까지의 논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제5권부터 행성들과 관련된 내용을 집중적으로 논증하기 시작하는데, 프톨레마이오스와는 달리 금성을 수성보다 먼저 다루었다. 그는 제5권 제20장에서 금성에 관한 내용을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금성이 수성보다 관측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수성이나 금성뿐만 아니라, 화성, 목성, 토성들 역시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는 전제를 먼저 깔고 논증에 들어갔는데, 금성의 최대 이각과 관련된 특징들을 언급하면서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한 관측 자료들이 비록 지구중심적 시각에서 이루어진 것들이긴 하지만 아주 명료한 것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설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법을 차용하겠다는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이것은 나중에 수성과 금성의 운동을 논증할 때, 프톨레마이오스가 구사했던 것과 동일한 형태의 주전원을 도입하겠다는 의미였다.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는 관측 자료와 결과를 관측 장소와 관측 시간에 따라 구분해서 활용했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측값을 자신의 논증 자료로 여러 차례 도입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고대로부터 전해 오는 관측값과 자신이 직접 관측한 값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수성과 금성의 주전원 운동을 논증했는데, 코페르니쿠스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의 집필을 위해 거쳐야만 했던 기초 단계의 복잡한 과정들을 굳이 거치지 않으면서, 즉 불필요한수고로움을 많이 덜면서 자신의 주전원 작도에 필요한 관측치(물론 코페르니쿠스가 직접 관측한 자료들도 십분 활용되었음은 당연하다)를 프톨레마이오스로부터제공받았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수성과 금성의 주전원 운동의 중심축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주전원의 운동 궤도를 황도선상에 올려놓지도 않았다. 코페르니쿠스는 수성과 금성의 관측 시간 및 최대 이각과 관련된 문제들을 중심축(지구중심에서 태양중심으로 이동'이라는방식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그는 이러한 피아도치적(彼我倒置的) 시도를통해 태양중심설의 기본 원칙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알마게스트」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논증 과정에서 거의 동일한 방식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성계의 중심축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