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있는 행성, 별, 은하, 은하단과 같은 거대한 천체들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체들의 크기와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의 천체들이 과연 그 크기가 얼마나 되는가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여기에서는 다양한 크기를 비교, 체험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가상의 승강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그림에서처럼 우선 이 승강기에 올라타면 그 안에는 층을 표시하는 화면이 보인다. 현재 화면에는 숫자 0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적혀 있다.
우리는 여기서 크기의 정도만을 다룰 것이다. 즉, 우리의 키가 정확하게 1미터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당신은 승강기에 올라타서 숫자 1이 적혀 있는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리고 승강기 밖으로 나오면 당신의 키는 실제로 10미터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보통 사람들은 당신의 발목에도 못 미치는 아주 왜소한 모습으로 보일 것이고 주위의 나무들은마치 가시덤불처럼 작게 보일 것이다. 이제 숫자 2를 누르면 당신의키는 100미터에 이르게 된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137미터 높이의슈테판 성당과 맞먹는 셈이다. 이제 용기를 더 내서 숫자 4를 누르면당신의 키는 무려 10×10×10×10-10,000미터나 된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8,884미터)보다 더 커진 것이다. 계속해서 숫자 7을 누르면 당신의 키는 10×10×10×10×10×10×10-10,000킬로미터가 된다. 지구 지름인 12,735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여기서 승강기 안에 있는 버튼은 누를수록점점 커지는 10의 제곱들을 나타낸다. 물론 당신은 0보다 작은 음수를 선택해도 된다. 그렇게 되면 10, 100, 1,000의 역수만큼 점점 작아지게 된다. 가령 당신이 숫자 -2를 누르면 당신의 몸은 원래의 크기보다 100분의 1로 줄어들어 거의 손톱만 하게 된다. 우리는 이 가상의 승강기를 이용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우주의 천체들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해보고 또한 설명할 수가 있는 것이다.
천문학에서 천체들 간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단위는 광년이다. 이 용어는 얼핏 시간의 경과를 표현하는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광년이라는 개념은 빛이 1년 동안 진행한 거리를 말한다. 따라서 광년은 시간이 아니라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쓰인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잘츠부르크는 빈에서 자동차로 약세 시간 걸리지!”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자동차로 1시간 걸린다는 것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자동차가 1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를 의미한다.
천문학에서는 우주의 천체들 간의 거리를 나타내기 위해 방금 말한 자동차보다 훨씬 빠른 빛을 사용한다. 빛이 1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자동차로 무려 약 1,000만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와 같다. 이것을 1초로 환산하면 빛은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셈이다. 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이니 엄청난 거리일 수밖에 없다. 광년 이외에도 빛이 1시간, 1분, 1초 동안 이동한 거리를 각각 광시, 광분, 광초라는 단위로 나타낼 수 있다. 빛이 뉴욕에서 빈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0분의 1초다. 그리고 달에서 지구까지는 1초가량이 소요되고,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분이다. 만약 우리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아마도 어머니들은 점심식사 전에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 옆에 금성 가서 수프 좀 데우고 올게. 한 4분 정도면 충분할 거야!”
우리의 태양계는 태양과 총 8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그림 1). 그리고 태양계에는 행성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위성들 그리고 소행성이나 혜성과 같은 작은 천체들도 있다. 우리 태양계의 중심은 태양이다. 태양은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인데, 우리와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에 다른 별들에 비해서 더 크게 보이는 것뿐이다. 태양은 지구에서 8광분(빛이 8분 안에 도달하는 거리) 정도 떨어져 있는 반면에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켄타우로스 자리 프록시마(Proxima Centauri)는 태양으로부터 4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따라서우리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켄타우로스 자리 프록시마와 같은 다른 별들이 우리 눈에는 태양처럼 커다란 원반이 아니라 단지 한 점의 작은 불빛으로 보이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별은 우주에 존재하는 극도로 뜨거운 불덩어리이다.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밤하늘의 천체는 대부분 별이다. 우리 태양계에 속한 행성, 달,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나 기타 인공위성들은 별이 아니지만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물체들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데도 우리가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태양이 이 물체들을 비추어서 밝게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양과 별과 행성은 어떻게 구별될까? 태양과 별은 엄청나게 뜨거운 온도를 가진 가스로 이루어진 구체다. 별은 내부의 핵 연소에 의해서, 즉 원자핵의 연소를 통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래서태양과 별은 하늘에서 밝게 빛날 수가 있다. 핵이 연소한다는 것은 우리가 캠프파이어에서 열을 얻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별 내부에서 원자핵은 연소를 통해서 에너지와 열을 방출하는데 그 양은 지구상의화학적 연소보다 100만 배 이상이다. 별과는 다르게 행성은 태양보다.아주 작기 때문에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고 또 스스로 빛을낼 수도 없다. 핵 연소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온도와 밀도가 행성의내부에 형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태양은 우주에서 중간 크기에 해당하는 노란색 별이다(그림 2) 우주의 수많은 별들은 우리 태양계에 있는 태양보다 100배 정도 클 수도 있고 혹은 100배 정도 작을 수가 있다. 우리의 고향 별인 태양은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빛과 열을 공급해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만약 태양이 없다면 지구는 영원히 어둠 속에 묻혀버리게 될 것이고 온도는 절대 영도인 섭씨 영하 273.15도에 가깝게 떨어지면서 꽁꽁 얼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상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할 수가 없다.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고 각 행성에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이 붙여졌다. 이들 행성들을 태양에 가까운 순서대로 나열하면 수성(Mercury), 금성(Venus), 지구, 화성(Mars), 목성(Jupiter), 토성(Saturn), 천왕성(Uranus), 해왕성(Neptune)이다. 혹시 이 부분에서 어렴풋이 아홉 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의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행성이 최근에 태양계에서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할 것이다.
이들 행성들은 모두 태양을 중심으로 각자의 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행성은 자기 궤도를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다. 태양이 끌어당기는 구심력과 행성이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원심력이 정확하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가 이미 약 400년 전에 정립한 법칙은 이 같은 행성들의 공전운동을 잘 설명하고 있다. 행성이 태양의 주위를 한 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연(年)’이라 한다. 연의 길이는 각 행성마다 다르다. 지구의 1년은 약 365일이다. 태양에 더 가까운 행성일수록 연의 길이는 짧고 반대로 태양과멀리 있는 행성들은 연의 길이가 더 길다. 수성의 1년은 대략 지구의0.24년이 되고 해왕성은 무려 165.5년이나 된다.
모든 행성은 거의 공통적으로 구(球) 모양을 하고 있다. 우리 태양계의 8개 행성들은 모두 두 부류, 그러니까 수성, 금성, 지구, 화성처럼 지구보다 크지 않은 내행성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지구보다 큰 외행성으로 나뉜다. 앞의 네 개의 내행성들은 지구형 행성으로서, 지구처럼 딱딱한 고체의 표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뒤의 네개의 외행성들은 목성처럼 지구보다 훨씬 크면서 대부분 가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목성형 행성이라 불린다. 목성이 로마신화에 나오는 최고신을 따라 '주피터'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목성은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고 목성의 질량은 태양계내 다른 모든 행성들의 질량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 하지만 태양과비교하면 목성도 아주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 목성의 질량은 태양의약 1,000분의 1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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