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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우주

밤하늘에 우윳빛 띠처럼 보이는 은하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에서 은하수를 뜻하는 단어(milky way)는 고대 그리스의 한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이 전설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힘이 장사였던 아기 헤라클레스가 헤라 여신의 젖을 너무 세게 뺀 나머지 젖이 뿜어져 나와 하늘 전체로 뿌려졌고 그것이 은하수가 되었다고 한다. 현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은하수라는 명칭은 우리가 속한 은하를 지칭한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을 비롯해서 약 1,000억~2,000억 개의 별들이 있고 그 별들은 너비가 대략 10만 광년이나 되는 나선형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그림 15). 은하수를 옆에서 보면 얇은 원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이 원반의 실제 두께는 무려 2,000광년이나 된다. 이 은하 원반에는 대부분의 별들이 속해 있는 나선 팔이 있다. 이 별들은 2억 2,000만~2억 4,000만년을 주기로 은하수의 중심을 따라서 회전하고 있다. 대부분 나선은하는 별의 밀도가 매우 높은 볼록한 중심부를 가지고 있다. 우리 태양은 나선 팔의 가장자리에 속해 있으며 은하수의 중심부에서 2만 5,000~2만 8,000광년 떨어져 있다.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당신이 지금 한 마리의 반딧불이 되어 원반 모양을 한 커다란 무리 속 한가운데를 날아가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모든 반딧불이 이 무리의 중앙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이제 당신이 무리의 바깥쪽에 있는 반딧불이 되어서 무리의 중앙 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고 가정한다면 그곳에서 많은 무리의 벌레를 볼 수 있을 것이고, 무리의 위쪽이나 아래쪽에서는 적은 수의 벌레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밝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원리다. 즉, 은하의 나선 팔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은하에서는 은하수의 다른 곳을 바라볼 때보다 은하의 중앙을 향해 바라볼 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별들은 들이다. 우주에는 불투명한 가스와 먼지구름이 가득 차 있어서 몇천 광년 떨어져 있는 가까운 영역의 별들만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은하수는 몇백 배나 더 직경이 크다. 별들과 별들 사이의 공간은 빈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이른바 성간운(성간 구름)이라는 것이 있다(그림 16), 이 성간운에는 별 전체에 있는 물질보다 10배 더 많은 물질이 있다. 이전에 비유했던 반딧불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제 원반 모양의 무리 속에서 짙은 연기가 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 짙은 연기가 무리를 덮고 있기 때문에 무리 속 대부분의 벌레들을 볼 수 없게 된다. 여기서 비유한 짙은 연기에 해당하는 것이 은하수의 중심부를 바라보는 것을 가로막는 우주의 가스와 먼지구름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은하수에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대략 1,000억에서 2,000억 개의 별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이다(그림 17). 형태는 우리 은하와 흡사하지만 우리 은하보다 5배나 많은 별이 있다. 안드로메다은하에서 관찰한 우리 은하의 모습은 우리 은하에서 관찰한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과 닮았을 것이다. 이 은하는 육안으로는 밤하늘의 희미한 점처럼 보인다. 지구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있는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이다. 우리가 오늘날 하늘에서 보는 안드로메다은하의 빛은 이미 250만 광년 전에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라면 지구상에는 최초의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하던 때다. 이렇듯 안드로메다 은하는 지구의 과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는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하수 전체와 지구의 운명이 안드로메다은하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안드로메다은하는 은하수와 충돌 가능한 궤도선상에 놓여 있으며 초속 120킬로미터의 속도로 은하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약 20억 년 후에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충돌 이전에 안드로메다는 그림 17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하늘 전체를 차지하면서 웅장하고 장대한 위용을 드러낼 것이다. 이런 거대한 충돌은 과연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이런 충돌은 파괴적인 과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변형 과정으로 봐야 한다. 은하끼리의 이와 같은 충돌 과정에서는 놀랍게도 개별적인 별들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별들과 별들 사이의 거리에 비해별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가령 태양이 오렌지 정도의 크기라고 가정하면 가장 가까운 다음 별은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셈이다.은하들은 마치 유령 같은 안개처럼 서로 관통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개별 은하 안에서는 은하 중심에서 작용하는 중력이 은하밖으로 향하는 원심력과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별들이 은하의중심을 따라서 거의 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회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은하가 서로 접근한다면 다른 은하의 중력이 덧붙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태양과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외곽은 마치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물방울이 튕겨 나가듯이 은하수에서 튕겨 나와우주의 깊숙한 곳으로 내던져질 것이다. 그곳에서 지구는 외로운 존재로 남게 될 것이며 그곳 지구의 밤하늘에는 어떤 별도 보이지 않을것이다. 이미 그때의 지구는 은하에 속해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은하는 나선 이외의 다른 형태도 갖는다. 타원형 은하가 여타 다른 은하와 구별되는 점은 별들이 골고루분포되어 있다는 것과 나선형 우주에서처럼 특색 있는 구조가 없다.는 것이다(그림 18). 모든 타원은하는 나선은하의 충돌과 그에 이은통합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의 충돌 시뮬레이션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두 은하가 미래에 충돌하면서 타원은하가 생겨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가 왜소한 왜소은하라는 것도 존재한다. 이 왜소은하는 큰은하들보다도 많이 존재하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관측하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왜소은하는 나선은하도 아니고 타원은하도 아닌,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불규칙 은하다. 왜소은하는 타원은하나 나선은하보다 밝기가 약하다. 가장 잘 알려진 왜소은하로는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가 있다. 이 은하들은 지구 남반구의 밤하늘에서 흐릿한 빛을 내는 두 점으로 육안으로 관측된다(그림 19), 이 왜소은하들은 우리 은하의 작은 동반은하들로서 은하수의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안드로메다은하도 우리 은하와 같이 동반은하인 두 개의 왜소은하가 있다(그림 17).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 이외에도 이 우주에는 1,000억 개가 넘는 은하가 존재하며 다시 각 은하에는 평균적으로 1,000억 개의 별들이 있다. 별들의 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만약 직경 8센티미터의 유리구슬이 우주에 있는 별들의 수만큼 있다면 그 유리구슬들은 지구 전체 표면을 뒤덮고 다시 에베레스트산만큼의 높이로 쌓이게 될 것이다. 은하들은 우주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고 여러 은하가 모여 집단을 이루는 은하군(銀河群)을 형성한다. 은하군은 약 50개의 은하로 이루어졌다. 우리 은하는 국부은하군 소속이며, 국부은하군은 타원은하의 형태를 가지면서 30개의 은하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국부은하군에서 가장 큰 은하가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다. 다른 은하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은하들과 왜소은하들이다. 은하와 은하군보다 규모가 큰 구조는 은하단(銀河團)이다. 은하단은 약 1,000개의 은하가 모여 이루어진 거대 은하이다(그림 20), 이곳의 은하들은 모두 은하단 공동의 중력장의 영향으로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우리 은하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외곽에 속해 있다. 은하단은 섭씨 1,000만~1억 도나 되는 뜨겁고 엷은 가스로 채워져 있는데 이 가스는 방사선을 통해 관측이 가능하다. 이 가스는 은하단 질량의 15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은하의 별들이 약 5퍼센트의 질량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은하단 질량의 나머지 80퍼센트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다음에서 다룰 '암흑물질'이 이에 대한 대답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