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주의 기원: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주의 탄생 과정에서 신이 등장하지 않는 사고방식은 적어도 18세기까지 신학자들에게는 이단이었다. 태양 중심의 세계관, 즉 지동설 역시 종교 재판관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우주의 탄생에 관한 내용은 성경에 제일 먼저 나오는 창세기에 묘사된 것이 전부였다. 다만 정확하게 언제 이 우주가 탄생했는지에 관한 물음만이 논의되었을 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1624년에 로마 가톨릭 대주교였던 제임스 어셔(James Ussher)는 우주의 탄생 연대를 직접 계산하였다. 그는 우선 창세기와, 관련된 성경 구절들을 모두 정리한 다음에 아담과 이브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모든 주요 탄생 연도를 계산해 집계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천지창조가 정확히 기원전 4004년 10월 22일 토요.일 오후 6시에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경은 모든 영역에서절대적인 권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가 제시한 천지창조의 날짜는19세기까지만 해도 많은 학파에서 인정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어셔가계산해낸 우주의 나이가 실제와 무려 137억 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천문학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 년 전에 빅뱅과 함께 극도로 높은 온도와 밀도의 초기상태에서 탄생했고, 그 이후로 계속 팽창하고 있다. 그 결과로 모든 은하단은 서로 멀어지고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 이런 우주의 팽창은마치 건포도가 박힌 빵이 구워지는 과정에서 점점 부풀어 오르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다. 이때 빵의 반죽 부분은 우주 공간에 해당되고건포도는 점점 멀어지는 우주의 은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에서 예를 든 건포도 빵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1955)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설명하는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계속해서팽창한다. 우리가 앞으로 논의할 것과 관련해서는 공간의 팽창 개념이 중요하다. 공간이 팽창하면서 그 공간에 속해 있는 은하단도 함께팽창한다. 다시 말해서 우주에 있는 모든 점들은 서로 멀어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지점 사이의 거리도 점점 커진다. 그리고 우주는빅뱅 이후 공간의 팽창으로 인해 점점 차가워졌다.


일부 비판적인 독자들을 위해서 천문학 문헌에 등장하는 빅뱅과우주의 팽창과 관련한 불명확한 개념들을 여기서 바로잡고자 한다.우선 빅뱅(Big Bang)이라는 개념은 우주의 시작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우주가 탄생한 후 40만 년의 기간을 포함한 우주의 초기 발전단계를 말한다. 이 책에서도 빅뱅 개념을 이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둘째, 우주가 팽창할 때는 은하가 아닌 은하단이 팽창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 장에서 우리는 우리가 속한 은하단 내에서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러은하들로 이루어진 은하단에서는 중력이 매우 강해서 그것이 공간의일반적인 팽창을 압도하게 된다. 따라서 각 은하단에 있는 개별 은하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고 함께 있게 되며, 우주의 팽창에 의해서 서로멀어지는 일은 없다. 은하가 아니라 은하단이 서로 멀어지는 것이다.

우주에 어떤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은 자연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했고 많은 자연과학자들은 이 발견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앞서 서술했듯이 과학자들은 몇 세기에 걸쳐 교회와 투쟁을 벌인 결과 이 우주에는 절대적인 중심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장소가 동등하다는 견해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 즉, 우리는 우주의어떤 특별한 장소에서 살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의미다. 이렇듯우주 공간에는 특별히 뛰어난 장소는 없지만 아주 특별한 시점은 있다. 이 특별한 시점이 바로 우주의 탄생, 즉 빅뱅이다. 이 '빅뱅'이라는용어는 원래 폭발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빅뱅이론을 조롱하기 위해서 빅뱅에 관한 가장 중요한 대안이론을 제시했던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비롯되었다. 빅뱅의 대안이론으로 정상상태이론(steady-state-theory)이라고도 하는 우주의 균형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모든 시기에 걸쳐 그 구조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즉, 이 우주균형이론에서는 우주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 모습이 변하지 않았고 또 미래에도 같은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빅뱅이론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빅뱅에서 시작된 우주 탄생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르다노 브루노 역시 균형이론을 선호했을 것이고 우주가 빅뱅에서 탄생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세계관에 따르면 전지전능한 창조주에게는 영원에서 시작해서 영원으로 가는 것이 진리이지 겨우 빅뱅으로 시작해서 영원으로 간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현대 천문학 이론들은 빅뱅이 이 우주에서 분명히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빅뱅이 모든 것의 시작인 것만은 아닌, 그러한 우주를 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빅뱅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독립적인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은하탈주, 우주배경복사, 그리고 우주 빅뱅 때 만들어진 가벼운 원소들이 그것이다. 빅뱅이론을 출발점으로 보지 않는 학자들은 다른 대안이론들이 적어도 위에 열거한 빅뱅의 세 가지 근거에 대한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장에서는 우주의 태초에 발생한 빅뱅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