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암흑에너지: 우주의 수수께끼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및 에너지의 전체 양에서 보통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약 5퍼센트라는 사실이 지난 수십 년 동안에 밝혀졌을 때 학계는 크게 경악했다. 보통물질 이외의 그 나머지는 우리가아직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즉 이미 언급한 암흑물질 25퍼센트와지금 다루게 될 암흑에너지 70퍼센트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를 구성하는 근본물질인 이 보통물질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는 우주의거대한 대양에서 둥둥 떠다니는 하나의 작은 표류선에 불과한 셈이다.

암흑에너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있을까? 우주의 팽창은 암흑물질의 중력으로 인해 시간이 흐름에 따? 이라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가정되었다. 하지만 여러 관찰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팽창 속도는 오히려 점점 빨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암흑물질의 중력에 의한 인력을 거스르는 이런 우주팽창의 가속화는분명 어떤 특정 에너지에 의해서 발생해야 한다. 가령 산 위를 향해점점 속도를 내면서 올라가는 자동차 한 대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자동차는 분명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면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어떤 특정 에너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동차의 경우에는 모터를 가정할 수 있다. 우주도 이와 마찬가지다. 은하단의 엄청난 중력 작용을 극복하고 심지어 가속하기 위해서는 우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어떤 에너지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이 에너지가 바로 암흑에너지다. 여기서 '암흑'이라는 용어가 암시하는 것은 이 에너지의 전달체가 빛을 내지 않고 어둡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암흑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모두에 내재된 공통된 속성이다. 다만 그들의 차이점은 암흑물질은 은하 사이의 중력작용으로 우주가 서로 멀어지게 하는 속도를 줄이는 반면에 암흑에너지는 이 속도를 오히려 가속화시킨다는 점이다. 암흑에너지는 중력과는 달리 인력이 아닌 밀어내려는 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반중력에 해당한다. 암흑물질의 경우에는 적어도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추측까지는 가능했으나 이 암흑에너지는 아직 그 존재마저 커다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암흑에너지가 정작 우리에게는 아직도 신비롭고 베일에 싸인 존재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자연의 커다란 아이러니이다.

암흑에너지의 존재가 증명되는 사례가 몇몇 있었다. 최초의 사례는 1998년 우주 초창기에 발생했던 커다란 별의 폭발을 관찰한 일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폭발하는 별에서 나오는 광도를 측정한 실험이었다. 이를 제1형 초신성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설명할 것이다. 이 별의 폭발을 관찰하면서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우주는 지금까지 가정했던 것처럼 암흑물질의 중력 작용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팽창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에 의해서 팽창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의 역사에서 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서로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빅뱅 후 첫 100억 년 동안 이 우주는 암흑물질의 지배를 받아서 우주의 팽창이 느리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난 40억 년 동안에는 우주가 다시 암흑에너지의 지배하에 놓이면서 우주의 팽창 속도는 가속화되었다. 이렇게 암흑물질의 지배에서 암흑에너지의 지배로 바뀌게 된 경위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암흑물질이 점점 희석됨으로써 중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암흑에너지는 변하지 않고 유지되었다. 따라서 암흑에너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해졌고, 결국 약 50억 년 전에 우주의 주도세력이 되면서 우주팽창을 가속시켰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통물질은 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양대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고작 5퍼센트의 비중만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다. 이렇듯 우리 인간과 환경을 구성하면서 또 우리들이 별과 은하로도 관찰할 수 있는 이 보통물질이 막상 우주의 발전 과정과 운명에서 보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관계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 경기에 비유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암흑물질이 우주를 수축시키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암흑에너지가 우주를 팽창시킨다. 이 경기에서 처음에는 암흑물질이 이기는 듯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힘을 잃어가면서 암흑에너지가 새로운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서로 잡아당기면서 왔다 갔다 하는 밧줄은 볼 수 있지만 그 줄을 잡아당기는 당사자, 즉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를 우리는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암흑에너지의 본질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모델은 없는 실정이다. 가장 간단한 설명 모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양자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우주 전체에 걸쳐서 에너지는 긴공상태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발생했다가 곧바로 사라진다. 이 에너지는 아무것도 없어야 할 진공에서 나왔기 때문에 진공에너지라고 불린다. 이런 현상은 사실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양자이론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한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가 말했듯이 양자이론을 듣고 놀라지 않는다면, 그는 양자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이 진공에너지 가설은 암흑에너지를 가장 가깝게 설명한 모델이다. 이 가설에서 암흑에너지는 진공에너지 자체인 셈이다. 하지만 이 에너지의 크기를 계산해보면 관찰과는 대조적으로 1055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다. 결국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계산 역사상 가장 큰 오류라 할 수 있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실체에 관해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암흑에너지를 설명하는 또 다른 모델은 우주 전체에 걸쳐 존재하고 '제5원소라고 불리는 가설적 장이다. 이 이름은 제5원소나 에테르가 지구 너머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을 것이라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믿음에서 유래한다. 제5원소라는 개념으로 요약되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그런 제5원소의 존재가 아직 실험으로는 증명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진공에너지나 제5원소 어느 것도 암흑에너지를 규명하는 데 만족스러운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우주의 팽창 가속도를 관찰할 때 일종의 착시현상이 일어난다는 새로운 이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우주의 팽창 가속도는 결국 하나의 눈속임에 불과하다. 우주의 팽창 가속도가 없다면 암흑에너지도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미래를 예측하기란 항상 어려운 법이다. 더욱이 우주 전체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가 힘들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주가 앞으로 계속 팽창할지 아니면 어느 먼 훗날 다시 수축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만약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한다면 그로 인해 물질의 밀도는 점점 작아진다. 그리고 1,000억 년이 지나면 모든 별들은 타서 소멸된다. 그동안 물질의 밀도가 작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별들은 더 이상 형성되지 못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먼 미래에는 거대한 블랙홀로 이루어진 우주 무덤만 존재할 것이다.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양성자들마저도 붕괴되고 수십 억 년이 지난 후에는 그 거대했던 블랙홀들조차도 증발될 것이다. 이런 우주에는 서로 몇 광년이나 떨어진 소립자들로 이루어진 얘은 수프만이 남게 된다. 이렇게 영원히 어둡고 춥고 텅 비어 있는 상태가 우리가 엿볼 수 있는 미래 우주의 암울한 단면 중 하나다.

미래의 우주에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은 우주가 다시 수축하면서 빅뱅의 반대 방식인 이른바 내파를 일으키는 것이다. 고리 양자중력 모델이나 끈이론에서도 설명했듯이 우주에는 어떤 새로운 시작, 즉 새로운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주는 늘 새롭게 탄생하는 순환적 우주가 되는 셈이다. 이 경우는 이전에 정상상태이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영원한 우주와 관련이 있다. 여기서 차이점은 정상상태이론에서는 우주를 불변의 존재로 가정하고 있는 반면에이 순환적 우주이론에서 우주는 연속적인 빅뱅이 차례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모델이 바로 이 순환적우주모델이다. 왜냐하면 이 모델에서 우주는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거듭해서 계속 태어나며 미래에도 또다시 생겨나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우주 종말의 형태를 특별히 선호하느냐는 자연과학에서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주의 미래에 과연 어떤 일이일어날지 자연과학은 여전히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주배경복사와 같은 모습의 관찰을 통해 우주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우주를 서술하는 일에서 우리는 새로운 발견들로 인해 계속해서 놀라움을 숨기지 못할 것이다.

우주가 앞으로도 암흑에너지의 지배를 받아 더욱 팽창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수축하면서 우주 빅뱅의 정반대로 진행되어 붕괴될것이냐 하는 문제는 우리가 과연 순환하는 우주에 살고 있느냐 하는 문제와 함께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 자연과학은 빅뱅 이전에 무엇이 일어났으며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난제를 추적하고 있다. 나는 언젠가는 이 문제들이 꼭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 서기 400년경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은 천지창조 이전에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기 이전에 이런 질문을 하는 당신 같은사람들을 위해서 지옥을 먼저 만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