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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

핵문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테러리스트의 손에핵탄두가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테러리스트들은 심지어 핵탄두가 장착된 자동차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총 300킬로그램의무게를 갖는 핵폭탄의 폭발력은 적어도 1만 킬로그램의 다이너마이트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실은 정유트럭 10대분과 맞먹는다. 물론 핵무기의 제조는 기술적으로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원할 때까지 터지지 않고 원할 때 터지도록 하는 안전한 제어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은 실제로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보아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핵 폭약을 확보하는 일이다.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핵폭탄 연료인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플루토늄보다는 우라늄방식의 핵폭탄 제조가 더 용이하다. 현재로서는 선진 핵기술 보유국들만이 이러한 핵 연료를 제조,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이란이나 다른 국가들이 핵폭탄 연료인 우라늄을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겨주게 되면 핵폭탄 제조가 가능하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위험성이 현재 정치가나 언론이 추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오판한 테러리스트들이 서슴없이 대도시 중심부에 핵폭탄을 떨어뜨리기라도 한다면 1만에서 10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쌍둥이 빌딩에 가해진 테러는 이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핵폭탄이 실제로 터지면 지구는 그야말로 생지옥과 다름없을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악몽이 언제라도 현실이 될 수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핵폭탄이 처음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이 틀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핵무기 이외에도 방사능 물질이 일반폭탄과 함께 폭파되는 소위 '더러운 폭탄'이라는 무기도 있다. 이 더러운 폭탄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기엔 적합한 무기이다. 이 더러운 폭탄은 재래식 폭탄에 코발트-60이나 세슘-137과 같은 방사능 물질을 오염시켜서 만드는 무기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무기가 폭발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 물질로 기껏해야 최대 몇명만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무기는 인명살상용이라기보다는 대중의 심리적 불안, 위협, 공포 그리고 특히 대중적 공황을 유발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미국중앙정보국(CIA)은 이란이 앞으로 3~8년이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미 이런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란이 핵폭탄 제조를 위해 지하에 설치한 시설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핵 연료를 테러리스트들에게 넘겨주는 것을 미리 저지하기 위해서 핵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이 핵 벙커버스터를 개발해왔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폭발력을 가진 이 핵무기는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무기는 우선 빠른 속도로 땅을 가격한 후 땅속으로 파고들어가서 폭발한다. 그리고 그곳에 충격파를 가해서 공격시설을 파괴한다. 이런 종류의 벙커버스터가 사용되는 이유는 이란과 같은 국가들이 전쟁 시에 공군의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핵무기 제조시설들을 지하에 설치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핵무기 개발을 매우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런 무기들이 투입됐을 때 사람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가 파괴되고 수천 명의 인명이 살상되는 대신에 사람들은 그저 폭탄이 남긴 작은 구덩이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핵무기 사용에 대한 억지력이 낮 낮아지면서 위험이 점점 증가하여 급기야는 핵재앙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핵무기는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했던 그 어떤 것보다도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기술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3만 개의 핵탄두가 있고 그 엄청난 파괴력은 75억 톤의 다이너마이트와 맞먹는다. 이 정도의 파괴력은 상상이 쉽게 되지 않으니, 좀 더 쉽게 설명해보자. 75억 톤 정도의 다이너마이트란 쉽게 표현해서 지구상의 모든 인구가 각자 1톤씩의 다이너마이트를 소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 폭발테러 당시에 기차역 3곳에 사용된 폭약의 양이 대략 200킬로그램이었다. 유럽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이 기차역 폭발테러로 191명이 숨지고 2,051명이 부상했다. 1킬로그램의 폭약으로 한 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한 셈이다. 만약 전 세계의 핵무기를 모두 사용한다면 한 사람당 마드리드 역 폭발 때보다 1,000배에 해당하는 폭발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끔찍한 살육이다. 만약 실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군사시설 대부분이 파괴되기 때문에 핵 무기고의 무기 중 일부분만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아주 작은 양의 핵무기로도 그 파괴력은 우리 문명 전체를 파괴시키고도 남고, 인류를 석기시대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생존은 오로지 원시적 조건에서만 가능한, 그런 황폐화된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