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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과 소행성: 우주로부터 오는 위험

캠퍼고군2 2022. 5. 21. 12:54

혜성은 먼지와 더러운 얼음으로 이루어진 10킬로미터 크기의 핵을 가진 작은 천체다. 그래서 혜성은 우주의 '더러운 눈덩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혜성은 태양계 외곽에 있는 오르트 성운(Oortcloud)으로부터 와서 타원형을 그리며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혜성은 태양 가까이에서 돌 때 태양열로 인해 가스가 증발하면서 짧게는 1,000만 킬로미터에서 길게는 1억 킬로미터에 이르는 기다란 꼬리가 생긴다(그림 13), 오랫동안 사람들은 혜성이 나타나면 불운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 헤일 밥 (Hale-Bobb)이라는 이름의 혜성이 출현했을 때 미국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헤일-밥 혜성을 우주선이라고 믿고 자신들의 영혼을그곳에 보내야 한다고 믿었던 39명의 사이비 종교인들이 집단자살을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주에는 이러한 혜성 이외에도 소행성이라는 더 작은 천체들이있다. 대부분의 소행성들은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의 소행성대에 주로 모여 있다(그림 14). 이들 소행성들의 충돌로 일부 소행성이나 파편들이 지구궤도로 진입하게 된다.현재 지름이 1킬로미터가 넘는 800개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궤도 주위에 존재한다.

만약 이런 소행성 하나가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잠시 상상해보자. 시나리오를 실감나게 구성하기위해서는 우선 실제로 존재하는 소행성 하나가 필요하다. 편의상 여기에서는 1972년에 발견되었고 주로 광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름이 약 8.6킬로미터에 이르는 시시포스(Sisyphos) 소행성을 예로 들겠다. 이 시시포스 소행성의 공전주기는 2.5년이고 화성궤도의 바깥쪽에서 금성궤도까지를 오가며 공전하고 있다. 이때 이 소행성은 지구근처까지도 접근한다. 이런 큰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려면평균 1억 년은 걸린다. 만약 시시포스처럼 광석으로 이루어진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온다면 소행성은 충돌 5시간 전에 달의 위치까지 접근한다. 그리고 충돌 30분 전에는 통신위성 근처에 도착한다. 이때 소행성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하나의 별처럼 보이게 된다. 충돌 3분 전이 되면 소행성은 대낮에도 날아가는 비행기처럼 보이게 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이 돌고 있는 지구 상공 350킬로미터에 진입하면 소행성은 달의 크기로 보일 것이다. 그러고 나면 충돌 20초 전이 된다.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하면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에 앞서 지구 대기권을 가로지르면서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날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의 높이와 거의 같은 지름을 가진 이 천체가 시속 1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 충돌한다면 이때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될지는 아마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충격은 놀랍게도 무려 100조 톤의 재래식 폭탄의 에너지와 맞먹는다. 100조 톤의 재래식 무기라면 직경 80킬로미터의 포탄 안에 폭약을 가득 실은 양과 같다고 보면 된다.

시시포스와 같은 소행성이 지구와 실제로 충돌할 때 과연 어떤 재앙들이 지구에서 발생할까? 우선 반경 100킬로미터 내의 전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의 충격파가 발생한다. 만약 소행성이 육지가 아닌 바다에 충돌한다면(실제로 지구의 3분의 2가 바다이기 때문에 이 가능성은 높다) 수백 미터의 높이를 가진 쓰나미가 만들어지면서 해변은 물론 해안가와 육지 지역을 단번에 초토화시킨다. 이와 동시에 소행성의 잔해와 충돌할 때 생긴 크레이터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암석 파편과 먼지가 위로 솟구치게 된다. 이 파편들은 다시 충돌했던 지점 주위로 10미터에서 100미터가량의 높이로 쌓인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몇 센티미터 높이로 파편과 먼지가 쌓이게 된다. 이 물질들 중 일부는 지표면과의 충돌로 인해 다시 대기권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그리고 최초의 충돌이 발생한 후 몇 시간이 지나면 그 파편들은 지구 전체에 비가 오듯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이때 파편들은 공기와의 마찰로 불덩어리가 된다. 이것이 지구에다시 떨어지면 모든 가연성 물질들을 태우게 되는데 이번에는 무척넓은 지역이 피해를 입는다.

대부분의 숲이 불길에 휩싸이고 화염은 모든 식물들을 태운다.그리고 지구 전체는 연기, 매연, 먼지로 온통 뒤덮인다. 이 먼지와 구름 때문에 햇빛은 더 이상 지구 표면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여섯 달 동안 지구 전체는 암흑 속으로 빠지고 식물들의 광합성작용도 멈춘다. 바다와 육지에서는 먹이사슬이 치명적으로 끊기게 된다. 이 시기에 지구의 온도는 빙점으로 내려가고 이후 몇 년간 이 상태가 지속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후 십수 년 동안은 계속해서 산성비가 내리게 된다.

이런 참혹한 환경에서 과연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몇 년혹은 십수 년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장비와 식량이 구비된 지하벙커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까지가능할지, 그리고 그곳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기 위한 절차들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등은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 년 전에 지름이 약 1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상황이 실제로 있었다. 이 재앙이로 인해 지구 역사상 최대의 대량멸종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백악기(Kreide)와 신생대 제37 (Teritiary) 사이에 일어났기 때문에 K/T 경계 멸종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그 당시에 지구상에서 아직도 생존해 있던 공룡들은 자연이 연출해낸 엄청난 위력을 경험해야만 했다. 하지만 비단 공룡들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다. 지구에 살았던 모든 생명체의 절반이 몰살당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에 이런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중남미의 유카탄 반도 멕시코 만에 있는 칙슐럽(Chicxulub)에서 소행성의 충돌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충돌의 유력한 증거는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사이에 해당하는 암석층에서 이리듐이 지구 전체에 걸쳐 많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암석층에 이리듐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런 이리듐의 양은 화산작용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왜냐하면 크롬의 동위원소 분포는 지구 바깥의 물질과 혼합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의 대량멸종은 혜성이나 소행성의 충돌 아니면 화산작용에 의해서 야기되었다는 이론도 있다.

혜성이나 소행성과의 충돌로 인한 파괴는 지구상 생명체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많은 종들이 멸종되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러한 멸종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새로운 생태계의 위계가 형성되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예를 들어 약 6,500만 년 전에 이 지구상에서 공룡들이 멸종함으로써 포유동물의 수가 늘어날 수 있었고, 결국 인간도 탄생할 수 있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소행성이나 혜성들이 오늘날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 이런 소행성들 중에는 지름이 300미터인 아포피스(Apophis) 소행성이 있다. 이 소행성의 이름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암흑과 파괴의 신에서 유래했다. 이름이 매우 적절해 보이지만 재미있게도 이 소행성의 발견자 중 두 명이 텔레비전 시리즈 스타게이트 SG-1)의 팬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에서 지구의 파괴를 꿈꾸는 자로 등장하는 아포피스라는 외계인의 이름을 이 소행성에 붙인 것 같다.

소행성 아포피스가 2004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을 때 이 소행성은 2.7퍼센트의 확률로 2029년 4월 13일 금요일에 많은 지역을 사막화시키면서 지구에 충돌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이 소행성이 2029년 4월 13일 금요일에 지구상공에 있는 인공위성 높이에서 지구를 비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석양 무렵에 육안으로 이 소행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 위기를 이겨낸다고 해도 또 한 번의 위기가 2036년 4월 13일에 찾아온다. 전문가들이 최근에 예측하기로는 이때 아포피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약 0.002~0.02퍼센트다. 아포피스 소행성이 2029년에 처음으로 지구에 근접할 때 지구를 얼마나 비껴갈 것인가가 2036년도의 충돌과 관련된 또 다른 불확실한 변수다.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발생되는 에너지는 무려 티엔티(TNT) 15억 톤이 내는 에너지와 같다. 이 정도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의 30배회 맞먹는 위력이다. 만약 소행성이 바다에 충돌한다면 메가 쓰나미가 발생하는데, 그 위력은 2004년 크리스마스 때 동남아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2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소행성을 지구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대재앙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2005년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에 수행된 딥 임팩트(Deep Impact) 계획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에 무인우주선에서 370 킬로그램의 무게가 나가는 충돌선을 템펠 1(Tempel 1) 혜성을 향해 발사시켜 충돌시켰다. 이 계획은 1998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딥 임팩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충돌 장면은 우주선 모선과 허블 우주망원경, 그리고 전 세계 관측소에서 관측되었다. 이 딥 임팩트 계획으로 혜성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분석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혜성의 궤도를 임의적으로 변경시킬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계획을 통해서 오늘날 인류는 원칙적으로 우주의 천체를 다른 방향으로 변경시키는 것이 처음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나사(NASA)는 앞으로 아포피스 소행성에 무선표지나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장치들은 아포피스 소행성의 정확한 궤도를 알려주게 된다. 만약 이 궤도를 알게 되면 4톤 무게의 우주선을 이 소행성과 돌시켜 궤도를 변경시킴으로써 2036년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일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 또 하나의 대안은 소행성의 궤도를 천천히 변경시키는 방법이다. 즉, 무인우주선을 소행성 근처로 접근시키면 이 우주선은 몇 년에 걸쳐 우주선의 중력을 통해 서서히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키게 되고 결국 지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