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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지배적이지만 불가사의한 것

캠퍼고군2 2022. 5. 25. 15:08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또한 우리의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인 보통물질이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는 암흑물질이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당신은 믿겠는가? 여기서 '암흑'이라는 말이 뜻하듯이 암흑물질은 빛을 내지 않고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흑물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통 물질보다 5배나 더 많다. '암흑물질'이란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떤 빛이나 광선도 비추지 않는 물질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측이 불가능하다. 암흑물질은 오로지 자신이 만들어내는 중력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그 존재가 확인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볼 수도 없는 이러한 암흑물질의 존재는 어떻게 증명이 될까? 암흑물질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이 있다. 1933년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 1898~1974)는 은하단에 있는 가스와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고 있으며, 또한 은하단은 추가적인 다른 물질에 의한 중력 작용이 없으면 해체될 수 있다는 것을 관찰했다. 또한 은하 바깥쪽에 있는 별들도 은하 중심부를 따라 회전하는 속도로 인해 은하 밖으로 튕겨 나갈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따라서 이 우주에는 암흑물질이라는 존재를 가정해야만 은하와 은하단이 존재할 수가 있다. 이 암흑물질의 중력이 은하와 은하단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은하의 빛조차도 이 암흑물질의 중력으로 인해 지구로 똑바로 향해 오지 못하고 굴절된다. 천문학자들은 이 빛의 굴절을 관찰함으로써 우주에 구름 형태로 퍼져 있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3차원으로 나타낼 수가 있다(그림 21).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우주에 은하와 은하단의 구조가 처음으로 탄생하는 것은 암흑물질이 적어도 보통물질보다 5배나 많다고 가정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암흑물질의 양을 적게 가정했을 때 시뮬레이션에 나타난 구조는 실제 관찰된 우주의 구조에 비해 엉성했다. 즉, 그림 22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된 은하와 은하단의 구조는 무질서하고 흐릿해 보일 것이고 실제로 관측된 우주의 구조와 더는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암흑물질의 양을 너무 많이 가정하면 결과는 반대가 된다. 그렇게 되면 그림 22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된 은하와 은하단의 구조는 실제로 관측된 우주의 구조보다 더 덩어리진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서로 다른 여러 증거들이 있다. 만약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할 수 없을까? 암흑물질은 어디에 존재하고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뒤에? 당신 앞에 있는 책상 밑에? 아니면 집 밖에? 보통물질은 암흑물질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완전히 투명하다. 잘 닦인 두꺼운 유리판을 빛이 아무 장애 없이 통과하고 우리는 그 유리판의 존재를 알 수 없듯이, 암흑물질도 보통물질을 통과하기 때문에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암흑물질의 작용을 암흑물질의 중력을 통해서 은하나 은하단과 같이 거대한 공간구조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암흑물질은 일종의 거대한 구름 형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그림 21). 보통물질은 중력 작용에 의해 이 거대 구름의 중앙부로 몰리면서 그곳에 쌓이게 된다. 그래서 은하와 은하단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물질보다 암흑물질이 더 많기 때문에 암흑물질의 구름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하와 은하단의 경계를 훨씬 넘어 밖으로까지 뻗어 있다. 은하와 은하단은 암흑물질의 중심부에 마치 누에고치처럼 파묻혀 있는 형상이다(51쪽 그림 참조). 보통물질은 암흑물질의 강한 중력 작용에 의해 중심부로 움직인다. 이 중심부에서 보통물질들로 이루어진 은하와 은하단이 형성된다. 암흑물질의 구름 중앙은 일종의 보통물질로 이루어진 은하와 은하단의 생식세포에 해당한다. 아직까지 별이나 행성 크기 정도로 작은 덩어리 형태의 암흑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양은 은하를 마치 거대한 구처럼 감싸고 있으며, 은하의 경계 더어까지 이르고 있다. 온하는 마치 누에고치처럼 임실의 중임 깊숙이 파문혀 있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은 도대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한 가지 가능성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리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입자는 현재까지 그 존재가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이 입자의 유력한 후보로 초대칭 입자가 거론되고 있다. 엄청난 에너지로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면 보통물질과 이 초대칭 입자가 상호작용하면서 이 입자의 존재를 입증할 수가 있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설치된 거대하드론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와 같은 입자가속기를 통해서 입자들을 매우 높은 에너지로 충돌시켜 이런 초대칭 입자를 생성한다. 이것을 통해서 초대칭 입자의 존재가 실제로 증명될 수도 있다. 암흑물질은 이 초대칭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무한한 우주

우주라는 용어는 우주 공간 전체와 거기에 존재하는 모든 천체들을 의미한다. 은하와 은하단은 마치 가는 실처럼 배치되어 있다. 즉, 섬유조직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섬유조직 사이에는 아주 크고 넓은 빈 공간이 있다. 따라서 우주는 벌집 같은 구조를 하고 있어서 벽이 있고 그 벽들 사이로 빈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그림 22참조), 은하가 존재하지 않는 이 빈 공간들은 사실은 3억에서 5억 광년의 너비를 갖는 거대 공간이다. 만약 우리가 우연히 우주 공간 어디론가 내몰리게 된다면 대부분의 경우에 이 거대한 빈 공간에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육안으로 어떤 별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오직 영원히 어두운 밤만이 있을 것이고 태양과 별들도 없는 낯설고 황량한 곳이 될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그때 망원경을 가지고 있다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구가 은하수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밤하늘에서 웅장한 별들을 볼 수가 있다. 반딧불에 비유하자면 우주는 반딧불의 무리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같은 무리들의 집합인 군을 이루고, 다음엔 그 군들이 다시 모여 단을 이루면서 끝없이 많은 무리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무리들 사이에는 어떤 한 마리의 반딧불도 존재하지 않는 아주 넓은 공간이 존재한다.

지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다. 지구는 단지 우리 은하에 있는 그다지 의미 없는 하나의 나선 팔 안에 속해 있다.더구나 은하수 이외에 30개의 은하가 더 존재하는 국부은하군은 다시 처녀자리 은하단의 전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처녀자리 은하단은1,000개의 은하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심은 지구에서 약 5,0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우주의 영역에는 처녀자리 은하단 이외에도 수억 개의 은하단이 있다. 현대 천문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어떠한 자연과학적 방법으로도 무한히 넓게 펼쳐져 있는 우주의 절대적인 중심부는 찾을 수가 없다.이렇게 가정한다면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끝을 찾을 수 없는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우주도 상상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다중우주(Multiverse)라는 개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중우주 개념에서는 여러 다양한 우주가 또다시 셀 수 없을 만큼 존재한다(그림 23). 우리가 속한 우주는 거대한 다중우주의 작은 일부분에지나지 않게 된다. 이 다중우주 가설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할것이다.

브루노의 우주관은 그 당시에는 분명 혁명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밝혀진 우주의 웅대한 모습을 그가 접하게 된다면 그 역시 많이놀랄 것이다. 그는 전지전능한 신성에는 오직 웅대하고 무한한 우주만이 존재한다는 그의 직관이 옳았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현대의 우주관에 의하면 무한한 우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중우주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이 다중우주의 개념이 브루노가 가지고 있던 전지전능한 신성의 세계관과 가장 잘 부합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