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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배경복사: 빅뱅의 메시지

캠퍼고군2 2022. 5. 27. 15:15

빅뱅이라는 주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핵물리학에서 다루는주요 내용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원자는 원자핵과 원자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2. 원자핵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껍질은 음전하를 띠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3. 원자는 원자껍질에 있는 전자와 같은 수의 양성자를 원자해.

속에 가지기 때문에 전하를 띠지 않는다

4. 원소는 원자핵 속에 일정한 개수의 양성자를 갖고 있는 원자다. 양성자의 수는 원자껍질에 있는 전자의 수와 같고 그것이 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규정한다.

5. 가장 가벼운 8개의 원소는 다음과 같다. 수소(양성자 1개, 전자 1개), 헬륨(양성자 2개, 전자 2개), 리튬(양성자 3개, 전자 3개), 베릴륨

(양성자 4개, 전자 4개), 붕소(양성자 5개, 전자 5개), 탄소(양성자 6개, 전자 6개), 질소(양성자 7개, 전자 7개), 산소(양성자 8개, 전자 8개).

6. 분자는 원자들로 이루어졌다. 물처럼 단순한 분자들이 있는가 하면, 탄소, 아미노산, 단백질, 그리고 탄수화물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의 분자와 같이 복잡한 분자들도 있다.

7. 플라스마는 전자의 전부 혹은 일부가 원자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하는 가스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플라스마는 오늘날 태양에서, 혹은 지구상에서 번개나 스파크 방전과 같은 아주 높은 온도에서 발생한다.

빅뱅이 일어난 후 1초도 못되는 아주 짧은 순간, 온도는 너무 높아서 우주 전체가 오로지 우주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소립자와 전 자기파 복사(radiation)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소립자들과 복사는 지속적으로 서로 전환되었다. 빅뱅 때 우주 전체에는 거의 같은 수의 입자와 반입자가 있었다. 여기서 '거의'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입자와 반입자는 서로 충돌하면 곧바로 소멸되고 모두 복사로 전환된다. 만약 우주의 탄생 초기에 우주 전체에 걸쳐 정확히 같은 수의 입자와 반입자가 있었다면 이 입자들과 반입자들은 빅뱅 때 발생한 높은 밀도로 인해 소멸되면서 오로지 복사의 형태로 남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우주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순수 복사만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또한 물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주에는 원자핵, 원자, 별, 행성, 그리고 생명체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빅뱅이 발생하는 순간에 입자는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반입자보다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만큼 소멸되지 않고 더 존재했다. 물질의 나머지는 아주 작은 양의 잉여물질을 제외하고 전체 반물질과 함께 복사로 소멸되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빅뱅 때 발생한 복사를 오늘날에도 망원경을 이용하여 마이크로파와 라디오파 영역에서 우주배경복사의 형태로 관측할 수가 있다. 망원경은 과거를 볼 수 있는 일종의 타임머신이라고 앞에서 말했다. 이 태고의 복사는 빅뱅에서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137억 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은 빅뱅이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근거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탄생하고 40만 년이 지난 뒤인 우주의 거의 초기 시점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지구에 도달했다. 그럼 여기에서 왜 '거의 초기'라는 표현을 썼을까? 우주가 탄생하고 난 후 기 40만 년 동안에 우주배경복사에게 우주는 마치 안개처럼 완전히 불투명했다. 이때의 우주는 엄청난 고온으로 인해 우주 전체가 플라스마, 즉 전기를 띠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주배경복사는 끊임없이 원자핵과 전자에 의해서 산란되었다(69쪽 그림), 우주가 탄생하고 40만 년이 지난 후에야 온도와 밀도가 낮아지면서 원자핵과 전자에 의해서 원자가 만들어지고 우주배경복사는 더 이상 산란되지 않게 되었다 (69쪽 그림), 이 시점부터 안개가 사라지면서 우주는 투명해졌다. 오늘날 우리는 짙은 안개 벽에서 발산된 우주배경복사를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수신할 수가 있다.

우주배경복사가 진행될 때 우주는 지금 나이의 3만 5,000분의 1에 해당하는 나이였다. 사람의 수명에 빗대자면, 우주가 현재 70세인 사람이라고 할 경우 우주배경복사는 태어난 지 불과 하루에 해당하는 짧은 시간에 생겨났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확실하게 우주배경복사가 빅뱅에서부터 우리에게 도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배경복사가 우주를 여행하는 동안에 우주는 팽창했다. 그래서 복사의 파장이 커져서 오늘날에는 더 이상 빛(가시광선)이 아닌 마이크로파나 라디오파의 형태로 관측된다. 우리는 이 파장대에서 거기에 맞는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가 있다.

우주배경복사는 아르노 펜지어스(Arno Penzias, 1933~ )와 로버트 윌슨(Robert Woodrow Wilson, 1936~ )이 1965년에 우연히 라디오 안테나를 통해 발견했다. 이들은 이 발견으로 1978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우주배경복사는 하늘의 모든 방향에서 거의 균일하게 도달한다. 하늘의 어떤 방향에서 오느냐에 따라 파장에서 약 10만분의 1의 근소한 편차가 나타나는 정도다(그림 24). 우주배경복사의 편차는 빅뱅이 발생한 후 40만 년이 지나고 우주가 팽창할 때에 밀도의 차이로 인해 발생했다. 이미 그때 밀도가 높고 낮은 지역들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몇억 년이 지난 후에야 최초의 은하와 은하단이 우주에서 형성될 수 있었다. 우리는 우주배경복사의 편차로부터 은하와 은하단의 초기 모습을 엿볼 수가 있는 것이다.

 

위: 우주가 탄생하고 40만 년까지 우주는 전기를 띤 원자핵(크고 검은 동그라미)과 전자(작고 흰 동그라미)로 이루어진 플라스마 상태였다. 이들로 인해 우주배경복사(화살표)는 끊임없이 산란되었다. 아래 우주가 탄생하고 40만 년이 지난 후에 우주는 팽창으로 인해 냉각되고 온도와 밀도가 낮아지면서 원자핵과 전자로부터 원자가 만들어졌고 우주배경복사는 전기를 띠지 않는 원자들로 인해 더이상 산란되지 않게 되었다. 빅뱅으로부터 생겨난 우주배경복사는 당신도 직접 관측할 수 있다. 우선 텔레비전을 켜고 아무 방송이 나오지 않는 채널을 선택한다. 그러면 텔레비전 화면에는 마치 눈가루가 휘날리며 춤을 추는 듯한 흰 점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반짝거림의 몇 퍼센트는 우주배경복사가 원인이 된다. 그것은 우주배경복사가 라디오 또는 텔레비전파 영역에서도 관찰되기 때문이다. 혹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다면 한 번쯤 방송이 나오지 않는 채널로 돌려서 우주의 빅뱅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번은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마치고 난 후에 그 학교의 물리 선생님이 어느 학생의 어머니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 어머니는 몹시 당황한 기색으로 면담하러 와서는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자기 아들이 요즘 제정신이 아니어서 텔레비전에서 늘 빅뱅만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